언론보도

휠체어 타고 8일도 ‘희망 덩크슛’ [서울신문 2005.08.08 (월)]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5.02.24 19:13 조회수 : 1082

 농구공을 처음 잡는 순간 거짓말처럼 제 인생이 다시 시작됐어요." 


휠체어 농구팀 국가대표선수인 서영동(25)씨. 그는 초등학교, 중학교때까지는 투수와 3루수로 활약하던 '잘 나가던' 야구선수였다. 프로선수가 꿈이었지만 한창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큰 사고를 당하면서 희망을 접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17살때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차와 부딪혀 오른쪽 허벅지 이하를 모두 잃었다.

 


 
프로야구 선수 꿈 잃고 방황 

"이 몸에 무슨 운동을 하라는 건지 벌컥 화부터 냈죠. 그런데 휠체어농구를 하고 있는 체육관에 막상 들어서니까 생각이 확 바뀌더라구요.'그래 이건 바로 나를 위한 운동이야." 

 농구로 새인생… 국가대표 영광까지 
농구를 시작하고 활달한 성격도 되찾았다. 타고난 운동신경덕에 실력도 금세 늘었다. 포지션은 센터였다. 서씨는 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휠체어 농구팀이 있는 무궁화전자에 입사했다. 얼마 안 있어 국가대표로도 뽑혔다. 회사 농구팀에서는 큰 형님뻘인 김호용(34)씨를 만났다. 그와 손발을 맞추며 기량이 더 늘었다. 

김씨는 3살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았다."손이 크니 나보다 농구를 더 잘 하겠다."는 다른 선수의 한마디에 농구를 시작한 게 벌써 10년이 됐다. 정확한 슈팅을 자랑하는 '베테랑' 김씨도 국가대표다. 

차량용청소기, 휴대전화충전기를 만드는 무궁화전자에서 서씨는 조립을, 김씨는 품질관리일을 맡고 있다. 이 회사의 직원은 모두 163명이며, 이 가운데 130여명이 장애인이다. 무궁화전자는 삼성전자가 234억원을 투자해 만든 별도법인이다. 

 "흠집생긴다고 체육관 안 빌려줄 땐 속상해" 
김씨 등은 다른 직원과 똑같이 근무하고 일과가 끝난 뒤 1주일에 3차례에 걸쳐 2시간씩 연습을 한다. 실내체육관을 빌려서 하는데, 장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바퀴 때문에 흠집이 생긴다고 체육관을 잘 안빌려줘요. 이해는 하지만 솔직히 서운합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서씨와 김씨가 주축이 된 무궁화전자는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열린 전국 규모의 휠체어농구대회 3개를 모조리 휩쓸었다. 

 "내년 네덜란드 대회 꼭 참가할 것" 
국가대표로서 이들의 목표는 같다. 내년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것. 이 대회에 참가하려면 오는 10월 열릴 예선에서 아시아·오세아니아에 배당된 2장의 티켓 중 하나를 따내야 한다. 호주는 어렵겠지만,10점 정도 차이 나는 일본은 3점차로 이긴 적도 있어 '타도 일본'을 외치고 있다. 서씨는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요즘 구슬땀을 흘리며 슈팅을 가다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