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꿈이 여물어가는 무궁화전자 > [연합뉴스 2007.04.19 (목)]
주인공은 삼성전자가 1994년 230억원을 투자해 설립, 2002년 자립경영을 선포하고 지금까지 4년 연속 흑자경영을 이루고 있는 무궁화전자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 18일 찾은 수원의 무궁화전자 공장에서는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궁화전자는 전체 임직원 170명 중 73%인 123명이 장애인이고 그중 79명(66%)은 1, 2급 중증 장애인으로 이뤄진 말 그대로 장애인이 주축이 돼 이끌어 가는 회사다.
회사는 설립 초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02년 자립경영을 선포하고 꾸준히 경영체질을 개선한 결과, 2002년 76억원이었던 매출을 2003년 90억원, 2004년 101억원에 이어 작년에는 123억원까지 올리며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무궁화전자는 국내 최초의 장애인 직원 기업으로 설립된 지 12년 만인 작년 2월 처음으로 자체 브랜드인 '바로바로' 스팀청소기를 선보이며 소형가전 전문업체로서 거듭나고 있다.
공장에 도착한 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애인 사원들이 드나들기에 편하도록 미닫이 식으로 제작된 문과 곳곳에 설치된 휠체어용 통로였다.
또한 공장의 모든 라인은 직원들이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는 높이로 제작돼 있었다.
무궁화전자 측은 "공장의 제조라인을 비롯해 식당, 기숙사, 도서관 등 모든 건물은 모두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이 이용하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는 높이를 기준으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1층 공장에서는 4개의 라인에서 소형 청소기와 휴대전화 충전기, TV용 컨트롤 보드 등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소형 청소기 라인에서는 직원들이 이란으로 수출되는 제품 제작에 분주히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김동경 공장장은 "청소기는 하루에 1천500개가 생산되고 있으며 현재 생산되는 물량은 이란 수출용"이라고 설명했다.
무궁화전자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전체의 20% 가량은 중동과 남미 등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다고 김 공장장은 덧붙였다.
지하에는 각종 회로기판에 부품을 조립하는 SMT(surface mount technology. 전자부품 장착) 라인이 늘어서 있었는데, 큰 제조 기계가 회로기판에 미세한 전자 부품들을 분주히 박아 넣고 있었다.
이곳에서 장애인 사원들은 SMT 기계에서 제작된 기판의 이상 여부를 점검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SMT 라인에서는 삼성전자의 '보르도' LCD TV에 들어가는 컨트롤 보드가 하루 800개씩 제조되고 있다고 무궁화전자 측은 설명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기판의 80% 가량은 삼성전자에 납품되고, 나머지 20%는 다른 중소기업에 공급된다.
한편 무궁화전자는 공장(1천183평)보다 복리후생건물(1천597평)이 더 클 정도로 사원들의 복지 수준이 높다.
2인 1실의 기숙사는 100명의 사원을 수용할 수 있고 각 층에는 휴게실, 치료실, 도서관 등 편의 시설이 잘 구비돼 있었다.
특히 공장과 기숙사를 연결하는 마당에는 사원들이 겨울이나 장마철에 어려움 없이 야외를 이동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이동로가 마련돼 있었다.
평소에는 지붕만 있고 옆이 터진 모양이지만,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기둥 옆에 접어 놓은 커튼을 펼쳐 터널 식으로 변신해 사원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형태였다.
사원들의 임금 수준은 연봉 1천700만원 정도로 동급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1995년부터 무궁화전자에서 전산 관련 일을 해 온 이윤석(37.지체장애 1급) 대리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착실히 저축해 1억5천만원의 거금을 모았다고.
이 대리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려 했는데 처음 접한 회사는 장애를 이유로 입사지원서도 받지 않으려 해 많이 좌절도 했었다"며 "그러나 무궁화전자에 입사한 이후 평생직장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