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전자와 영화광 이건희회장 [머니투데이 2007.04.19 (목)]
평소 영화광으로 알려진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오래된 사례가 또 하나 공개됐다.
1993년 당시 삼성전자는 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장려한다는 차원에서 234억원을 투자해 '장애인 전용 공장' 무궁화전자를 설립할 계획을 세운다.
삼성전자의 한해 순이익이 1000억 대억에 불과하던 시절이었으니 작은 결정은 아니었다.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이후 새로운 사업을 다양하게 모색하던 시기였다.
삼성전자는 장애인 편의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시설을 짓기 위해 고려대 모 교수에게 컨설팅을 의뢰했다. 고교수는 3개월간의 준비 끝에 공장 설계를 마련해 이 회장 앞에서 발표했다. 발표가 끝난 후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이 회장의 추가적인 지시가 있었다. 그런데 그 수준이 웬만한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 아닌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해 문을 슬라이드 형태로 하고, 배식대의 높이를 낮추라는 등 장애인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뒷받침돼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교수는 깜짝 놀라 "어떻게 장애인에 대해 그렇게 잘 아시느냐"고 묻자, 이 회장은 "장애인 영화를 두어 편 보면서 장애인 생활에 대해 연구를 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한 무궁화전자 김동경 상임이사(공장장)은 "이건희 회장이 '영화광'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에 취미를 적용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평소 장애인에 관심이 많은 이 회장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