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국민일보]장애인들 "꿈 실현할 일자리가 있어 행복해요"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16.06.23 10:13 조회수 : 2324

“무궁화전자에서 일하면서 인생의 동반자도 만나고 직장도 얻었죠.”

변병란(44·여)씨는 21일 오전 11시 경기도 수원 영통구에 위치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무궁화전자에서 콜센터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고객들의 상담전화에 대응하는 변씨가 무궁화전자를 만난 것은 1996년이었다. 변씨는 사내에서 남편을 만나 2002년 결혼했고,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뒀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중학생이 되자 변씨는 재취업에 뛰어들었지만 쉽지 않았다. 지체장애가 있는 그는 주로 장애인 채용공고를 내는 곳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다리가 불편하고 몸집이 왜소해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기업들은 외관상 알기 어려울 정도로 경미한 장애가 있는 사람을 우선 채용했다. 일반 기업의 ‘생색내기용’ 장애인 공채는 변씨에게 상처만 안겼다. 

그런 변씨가 다시 무궁화전자에 합류하게 된 것은 2014년. 무궁화전자가 NS홈쇼핑, 롯데홈쇼핑 등에서 자체 브랜드 청소기로 인기를 얻으면서 인력을 늘릴 때였다. 변씨는 “다른 직장도 알아보고 다녀봤지만 여기만한 곳이 없었다”며 “나와 같은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고,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전국 어디보다 잘 갖춰진 곳”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는 급여 수준을 떠나 우리 생활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변씨 뒷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이소진(39·여)씨는 무궁화전자가 생애 첫 직장이다.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그는 벌써 16년째 일하고 있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는 “우리 회사의 시설은 웬만한 병원보다 좋다”고 자랑했다. 

삼성그룹이 94년 장애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출연한 기업인 무궁화전자는 삼성전자의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2005년에는 자체 브랜드 ‘바로바로’를 론칭하기도 했다. 바로바로의 무선 진공청소기는 지난해 공영홈쇼핑(채널명 아임쇼핑)에도 입점하면서 약 10개월 만에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날 무궁화전자 생산라인에 있는 120여명의 장애인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작업에 한창이었다. 왜소증이 있거나 청각장애가 있는 직원,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는 직원 등 불편함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가 숙련된 근로자들이었다. 

회사 설립 당시 장애인 직원은 80여명이었지만 현재는 126명으로 늘었다. 이 중 약 60%가 중증장애인이다. 이 때문에 무궁화전자에는 계단 외에도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 쉽도록 경사로가 마련돼 있다. 폭 2m가량인 이 경사로는 작업장의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화장실 면적도 일반 화장실보다 3배 정도 넓다. 공장 옆에는 남녀 기숙사가 있고, 장애인들이 언제나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간단한 의료시설도 갖추고 있다.

회사는 공영홈쇼핑에서 좋은 성과를 낸 후 올해 장애인 6명을 더 고용했다. 김기경(54) 무궁화전자 대표는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면 다소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장애인들의 능력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우리 회사의 성장과 사업 확장은 장애인의 일자리를 더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최예슬 기자smarty@kmib.co.kr 
 

 


2016년 6월 22일